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를 고민한다면 먼저 짚어야 할 4가지 기준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는 진료 과목이나 장비를 늘리는 문제가 아니라, 수요·근거·수익 구조·인력이라는 네 축이 맞물리는 경영 판단입니다. 2026년 7월 기준으로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과 5세대 실손보험 개편이 비급여 통증치료의 수익 공식을 흔드는 지금, 네 가지 기준을 순서대로 점검한 뒤 뛰어드는 편이 안전합니다.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란, 기존 진료에 도수치료·체외충격파·초음파 유도 주사·증식치료 같은 비수술 통증 치료를 새로운 진료·수익 축으로 더해 진료 범위를 넓히는 전략적 확장을 의미합니다. 최근 몇 년 새 개원가에서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생존 카드 중 하나이지만, "장비부터 들이고 보자"는 접근은 위험 부담이 큽니다. 제가 여러 원장과 이 주제를 논의하면서 확인한 공통점은, 잘 안착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차이가 대개 시작 전 판단에서 갈렸다는 사실입니다.
왜 지금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가 화두가 됐나?
개원 환경 자체가 압박받고 있습니다. 의정 사태 이후 개원 러시가 이어지며 진료권 경쟁이 심해졌고, 피부·미용을 넘어 여러 과가 비급여 영역으로 넘어오면서 이른바 ‘영역 파괴’가 일상이 됐습니다. 통증·근골격 진료는 그 흐름의 한복판에 있는 대표적 확장 후보입니다.
실손·수가 개편이 바꿔 놓은 계산법
수익 구조의 전제가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개원가의 비급여를 떠받치던 실손보험은 규제가 강화됐고, 2026년 5월 6일 출시된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도수치료·체외충격파·비급여 주사제 등이 비중증 비급여로 분류돼 보장이 크게 축소됐습니다. 여기에 도수치료가 2026년 7월부터 관리급여로 전환되며 가격과 이용 횟수가 국가 관리 아래로 들어왔습니다. 예전 방식의 ‘비급여=고수익’ 공식을 그대로 두고 다각화를 설계하면 계산이 어긋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6년 7월 1일부터 도수치료는 비급여에서 관리급여로 전환돼 1회(30분) 수가가 43,850원으로 고정되고 본인부담률은 95%, 이용은 주 2회·연 15회로 제한됩니다(재활 등 예외 시 연 24회). 관리급여 적용을 받으려면 일반 물리치료를 2주 이상·4회 이상 시행하고도 호전이 없어야 한다는 선행 요건이 붙습니다.
‘영역 파괴’ 속 통증 진료의 위치
통증 진료가 매력적인 이유는 수요가 넓고 재방문이 잦다는 데 있습니다. 다만 그만큼 이미 정형외과·신경외과·재활의학과·마취통증의학과가 겹쳐 경쟁하는 레드오션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 시장을 "진입 문턱은 낮지만 차별화 문턱은 높은 영역"이라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를 고민하는 원장이라면, 남들이 한다는 이유가 아니라 아래 네 기준으로 스스로를 점검하는 순서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 기준 — 우리 진료권에 실제 수요가 있는가?
가장 먼저 확인할 것은 시장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서 서울 의료기관 이용 환자 10명 중 4명이 지역에서 올라온 ‘원정 진료’라는 흐름이 확인될 만큼, 지역별 수요 편차는 큽니다. 옆 동네가 잘된다고 우리 상권도 잘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수요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핵심은 ‘치료 가능한 환자’가 실제로 얼마나 흐르는가입니다. 진료권 인구구조(고령 인구·직장인 비중), 유사 치료를 이미 제공하는 의원 수, 기존 환자 중 통증 상담이 회신되는 빈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기존 진료에서 통증 문의가 이미 쌓여 있다면 수요 신호가 강한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신규 창출 부담까지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반경 진료권의 인구구조와 유사 치료를 이미 하는 의원 수, 예약·대기 포화도를 먼저 조사합니다. 수요가 얇은 지역에서 장비부터 들이면 가동률이 낮아 회수 기간이 길어집니다. 기존 차트에서 통증 관련 재방문·문의 데이터를 뽑아 보는 것이 가장 값싼 시장조사입니다.
두 번째 기준 — 도입하려는 치료의 근거는 어느 수준인가?
여기가 밸런스의학회의 관점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비수술 통증 치료는 하나로 묶이지 않습니다. 치료법마다, 그리고 같은 치료법 안에서도 적응증마다 근거의 무게가 다릅니다. 이 차이를 뭉개고 "다 좋다"고 홍보하는 순간, 진료의 신뢰와 컴플라이언스가 함께 흔들립니다.
근거는 치료법·적응증마다 다르다
몇 가지만 냉정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체외충격파는 만성 족저근막염과 석회성 건염에서 비교적 근거가 쌓여 있지만, sham(가짜 시술) 대조 연구에서는 통증 감소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재평가 결과도 있습니다. 즉 안전성은 높되 효과는 적응증에 크게 좌우됩니다. 증식치료(프롤로)와 PRP는 더 조심스럽습니다. 2019년 미국류마티스학회(ACR) 지침은 무릎·고관절 골관절염에서 증식치료를 ‘조건부 반대’, PRP를 ‘강한 반대’로 권고했고, OARSI도 포도당 증식치료를 근거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습니다. 반면 인대·건 부착부 병변 등 다른 적응증에서는 긍정적 결과를 보고한 연구도 있어, 결론은 "부위와 적응증을 가려서"입니다.
| 치료법 | 대표 적응증 | 근거 수준(요약) | 급여 여부 | 유의점 |
|---|---|---|---|---|
| 도수치료 | 경·요부 통증, 근막통증 | 적응증별 편차, sham 대비 근거 제한적 | 관리급여(2026.7~) | 연 15회·본인부담 95% 제한 |
| 체외충격파(ESWT) | 만성 족저근막염, 석회성 건염 | 적응증 따라 상이, 비석회성엔 근거 약함 | 비급여(관리급여 논의 대상) | 파라미터·프로토콜 표준화 진행 중 |
| 신경차단·초음파 유도 주사 | 신경병성 통증, 관절·건 병변 | 단기 통증 완화 근거 존재 | 급여(적응증 충족 시) | 스테로이드 반복 사용 주의 |
| 증식치료(프롤로) | 인대·건 부착부 병변 | 무릎·고관절 OA엔 가이드라인 권고 반대 | 비급여 | 표준 프로토콜 부재, 시술자 의존도 높음 |
| PRP | 일부 난치성 건병증 | 무릎 OA엔 강한 권고 반대(ACR) | 비급여 | 제제·기법 표준화 부족 |
광고 문구와 실제 근거의 간극
시장에는 위험은 거의 언급하지 않고 근본 원인을 없애 준다는 식으로 효과를 단정하는 홍보 문구가 흔합니다. 그러나 진료지침과 시술 현장의 언어는 다릅니다. 국내 문헌조차 증식치료가 "명확한 근거 기반 기준 없이 시술자의 경험에 의존해 시행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환자에게도, 광고에서도 효과를 단정하지 않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병원을 지킵니다.
결국 다각화의 성패는 새 장비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적응증 선별이라는 오래된 원칙에서 갈립니다.
세 번째 기준 — 비급여·수가 구조에서 수익이 실제로 남는가?
수익성은 ‘단가 × 건수’가 아니라 ‘제도 변화 이후에도 남는가’로 따져야 합니다. 도수치료는 2025년 3월 한 달 비급여 진료비만 약 1,213억 원으로 의과 비급여 1위였고, 체외충격파가 약 753억 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규모가 큰 만큼 규제의 표적이 되기도 쉽다는 뜻입니다.
‘비급여=고수익’ 공식의 붕괴
관리급여 전환은 신호탄입니다. 도수치료의 1회 평균 비용이 약 11만 원에서 4만 원대 고정 수가로 내려앉았고, 5세대 실손에서는 관련 항목의 자기부담률이 오르고 보장 한도가 줄었습니다. 대한의사협회도 "처음은 도수치료지만 다음은 체외충격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특정 비급여 하나에 수익을 몰아둔 구조는 제도가 손대는 순간 취약해집니다.
관리급여 대상은 도수치료에서 멈추지 않습니다.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과 방사선온열치료가 이미 대상으로 지정됐고, 체외충격파도 논의 선상에 올라 있습니다. 단일 비급여 항목의 마진에 의존하는 설계는 다음 개편에서 가장 먼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장비 투자 회수를 어떻게 계산할까
장비는 매몰비용입니다. 체외충격파·초음파·PRP 원심분리 등 초기 투자와 소모품, 인건비를 월 가동 건수로 나눠 회수 기간을 먼저 계산해야 합니다. 저는 신규 장비의 회수 시나리오를 낙관·중립·비관 세 가지로 잡고, 비관 시나리오에서도 유지가 가능할 때만 도입을 권장합니다. 급여로 잡히는 신경차단·주사와 비급여 술기를 함께 설계해 수익원을 분산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아래는 여러 자문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사례입니다. 한 정형외과 개원의는 체외충격파 장비를 먼저 들였다가 가동률이 낮아 고전했습니다. 이후 근골격 초음파 판독과 적응증 선별에 반년을 투자하고 나서야 같은 장비의 예약이 안정적으로 찼습니다. 도입 순서를 뒤집은 것이 실제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비급여 한 항목에 수익을 몰아두는 구조는, 제도가 바뀌는 순간 가장 먼저 흔들립니다.
네 번째 기준 — 나와 우리 팀이 그 술기를 감당할 수 있는가?
마지막은 사람입니다. 통증 술기의 결과와 안전성은 장비 스펙보다 시술자의 진단·손 기술에 크게 좌우됩니다. 근골격 초음파만 해도 "담당 의사의 전문지식과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 학회의 일관된 설명입니다.
진단 역량이 먼저다
초음파 유도 주사는 바늘과 병변을 실시간으로 보며 정확히 약물을 넣을 수 있어 안전성과 정확성을 높이지만, 그 전제는 해부학 지식과 판독 숙련도입니다. 신경차단·스테로이드 주사에는 국소마취제·스테로이드 관련 이상반응 가능성이 있어 설명과 동의, 부작용 대응 동선도 갖춰야 합니다. 술기의 학습 곡선을 과소평가하면 초기 합병증과 분쟁 위험이 커집니다.
팀과 동선까지 함께 본다
혼자 되는 일이 아닙니다. 물리치료사·간호 인력의 숙련도, 도수치료실·주사실 동선, 예약 회전율이 실제 진료 품질과 수익을 좌우합니다. 인력난이 구조적 리스크가 된 지금은 ‘사람이 곧 경쟁력’이라는 말이 통증 진료에서 특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처음부터 모든 부위를 다루기보다, 근거가 비교적 뚜렷한 한두 적응증(예: 만성 족저근막염 체외충격파, 특정 부착부 병변 주사)으로 범위를 좁혀 술기와 동선을 안정화한 뒤 확대하는 편을 권장합니다. 초기에 무리한 확장은 합병증·삭감·분쟁을 동시에 부릅니다.
네 가지 기준을 어떻게 하나의 결정으로 엮을까?
네 기준은 순서가 있습니다. 수요가 없으면 근거·수익·인력을 아무리 갖춰도 가동률이 나오지 않고, 근거가 약하면 수익과 신뢰가 함께 흔들리며, 수익 구조가 제도에 취약하면 좋은 술기도 오래 못 갑니다. 아래 체크리스트로 통과·경고 신호를 대조해 보길 권합니다.
| 기준 | 핵심 질문 | 통과 신호 | 경고 신호 |
|---|---|---|---|
| 수요·진료권 | 우리 상권에 실제 환자 흐름이 있나? | 기존 차트에 통증 문의·재방문이 쌓여 있음 | 옆 동네 성공 사례만 보고 결정 |
| 근거·적응증 | 도입 치료의 근거가 적응증별로 확인되나? | 좁은 적응증에 근거가 비교적 명확함 | 효과를 단정하는 홍보 문구에 의존 |
| 수익 구조 | 제도 변화 뒤에도 수익이 남나? | 급여·비급여 균형, 비관 회수 시나리오 통과 | 단일 비급여 항목에 마진 집중 |
| 인력·숙련도 | 나와 팀이 술기를 감당하나? | 진단·시술 역량과 설명·대응 동선 확보 | 장비만 먼저, 술기·인력은 나중 |
다각화에서 개원의가 가장 자주 저지르는 실수는?
가장 흔한 실수는 순서를 뒤집는 것입니다. 시장조사와 근거 검토 없이 장비부터 계약하고, 마케팅 문구로 부족한 적응증을 덮으려는 접근이 대표적입니다. 그다음 실수는 수익원 집중입니다. 제도가 손대기 쉬운 단일 비급여에 의존하면, 개편 한 번에 사업성이 무너집니다. 결론적으로 다각화는 ‘무엇을 추가하느냐’보다 ‘어떤 순서로, 어떤 근거 위에서 추가하느냐’의 문제라고 판단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나요?
늦었다기보다 규칙이 바뀌었습니다. 비급여 마진에만 기대는 설계는 위험하지만, 급여·비급여를 균형 있게 짜고 적응증 근거를 갖추면 여전히 유효한 전략입니다.
어떤 치료부터 도입하는 게 안전한가요?
근거가 비교적 뚜렷한 적응증과 급여로 잡히는 술기(신경차단·주사 등)를 축으로 시작하고, 비급여 장비는 수요·가동률을 확인한 뒤 단계적으로 더하는 편을 권합니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이 다각화 계획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수가가 4만 원대로 고정되고 연 15회로 제한되므로 예전 같은 고마진은 어렵습니다. 도수치료를 수익 중심이 아니라 재활 연계 서비스로 재설계하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근거가 약한 치료는 아예 하면 안 되나요?
금지가 아니라 ‘적응증을 가려서, 효과를 단정하지 않고’ 시행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이드라인이 반대하는 적응증까지 확대 홍보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장비 투자 회수는 어떻게 잡아야 하나요?
초기 투자·소모품·인건비를 월 가동 건수로 나눠 회수 기간을 계산하고, 낙관·중립·비관 시나리오를 세워 비관에서도 유지 가능할 때 도입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각화의 성패를 가르는 단 하나의 요인은 무엇인가요?
진단 역량입니다. 정확한 진단과 적응증 선별이 되면 같은 장비도 가동률이 오르고, 그렇지 못하면 어떤 최신 장비도 놀립니다.
정리하며
개원의 통증 진료 다각화는 유행을 따라가는 확장이 아니라, 수요·근거·수익 구조·인력을 순서대로 검증하는 경영 의사결정입니다. 특히 2026년의 관리급여·실손 개편은 "비급여만 늘리면 된다"는 접근의 유효기간이 끝났음을 보여 줍니다. 가장 오래가는 차별화는 최신 장비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정직한 근거 커뮤니케이션입니다. 네 기준을 통과한 뒤에 움직여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참고 출처
- 보건복지부, 「도수치료 관리급여 전환」 관련 발표(수가 43,850원·본인부담 95%·연 15회), 2026.
-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5세대 실손보험 개편안」, 2026.5.
- 국민건강보험공단, 「2025년 상반기 비급여 보고자료」(의과 비급여 도수치료 1위 1,213억 원 등), 2026.1.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25년 비급여 진료비용 및 제증명수수료 통계」, 2025.
-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체외충격파치료 의료기술 재평가보고서」(족저근막염 sham 대조 분석 등), 2022.
- Kolasinski SL 외, 「2019 ACR/Arthritis Foundation Guideline for the Management of Osteoarthritis of the Hand, Hip, and Knee」, Arthritis & Rheumatology, 2020.
- Bannuru RR 외(OARSI), 「OARSI guidelines for the non-surgical management of knee, hip, and polyarticular osteoarthritis」, 2019.
- 대한정형외과학회지, 「근골격계 질환의 증식치료(prolotherapy)에 대한 체계적 문헌 고찰」, 2024.
- 대한정형외과학회지, 「체외 충격파 치료의 최신 지견」,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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